
드라마 '굿닥터' 속 주인공 박시온은 자폐스펙트럼과 함께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의사로 등장합니다. 의사지만 아이 같고, 사회성은 부족합니다. 하지만 천재적인 의학 지식을 가진 그의 모습은 극 중에서, 그리고 시청자에게도 감동과 호기심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서번트 증후군은 어떤 증상을 나타내며 신체에 어떤 기능적 문제가 있어 나타나게 되는 증후군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드라마 '굿닥터' 속 서번트 증후군을 중심으로 그 원인과 특징, 사회적 의미를 약사의 시선에서 살펴봅니다.
'굿닥터' 속 서번트 증후군
의학드라마 '굿닥터'는 주인공 박시온이라는 레지던트를 통해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대중에게 알렸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가진 인물이 의사로 성장하며 겪는 갈등과 성장을 그린 이 드라마는 단순한 의료극을 넘어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공감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주인공 박시온은 감정표현에는 서툴지만 의학 지식과 해부학에 천재적인 능력을 보입니다. 이는 실제 서번트 증후군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특징과도 유사합니다.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은 일반적인 지적 수준에서는 제한이 있더라도 특정 영역에서 비범한 능력을 나타내는 신경발달 장애의 한 형태로, 흔히 자폐와 함께 동반되기도 합니다. 드라마에서 박시온은 해부학 구조를 눈으로 보고 바로 외우고, 복잡한 수술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3D로 시뮬레이션할 정도의 능력을 보입니다. 이는 시청자에게 "서번트는 천재다"라는 강한 인식을 남기기 쉬우나, 실제로는 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적, 인지적 지원이 병행되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드라마 속 인물은 의료계라는 전문 영역에 진입하면서 동료들의 편견, 환자의 불안, 그리고 자신의 감정 통제 문제 등 다양한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힙니다. 이는 단지 극적인 전개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이들이 실제 사회에 진입할 때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조명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는 이런 복합적인 메시지를 통해 우리에게 '이해와 수용'이라는 키워드를 던집니다. 단순히 능력 있는 한 사람이 아닌 누군가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응원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굿닥터는 의료드라마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작품입니다.
서번트 증후군의 원인과 특징
서번트 증후군은 전체 인구에서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신경학적 현상으로, 뇌 손상이나 발달장애 등으로 인해 인지 기능의 일부에는 장애가 있으나, 특정 분야에서는 비범한 능력을 보이는 경우를 말합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배경으로 동반되며, 통계적으로 전체 자폐인 중 약 10% 정도에서 서번트 특성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서번트를 가진 사람 모두가 자폐는 아니며, 뇌 손상, 뇌염, 유전적 이상 등 다른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서번트 증후군에서 나타나는 뛰어난 능력은 주로 기억력, 암산, 음악, 미술, 공간지각, 언어 습득 등의 영역에 집중됩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스티븐 윌트셔는 단 한 번의 헬리콥터 비행으로 도시 전경을 외워 수십 미터짜리 도화지에 정밀하게 도시를 그려냈으며, 미국의 킴 픽은 수천 권의 책을 통째로 기억해 ‘리얼 레인맨’으로 불렸습니다. 이런 특성은 대개 좌뇌의 손상이 우뇌의 보상적 활성화를 유도하면서 비언어적 기억과 시각 처리 영역이 과활성화되는 뇌신경학적 기반에서 설명되기도 합니다. 서번트는 ‘정상 지능이 아님에도 특정 영역에서는 비정상적으로 우수한 능력을 갖는’ 이례적인 경우로, 여전히 신경과학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일부 서번트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 예컨대 절대음감, 비언어적 기억력, 세부에 집중하는 인지 스타일 등을 통해 그 원리를 규명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서번트를 단순히 ‘특이한 천재’로 보는 시각이 오히려 당사자들의 일상생활 적응이나 심리적 어려움을 가리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번트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뇌 기능의 다양성과 인간 인지의 경이로움을 함께 조명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진단과 사회적 지원
서번트 증후군은 공식적인 진단 코드로 분류되는 질병은 아니며, 자폐스펙트럼장애(ASD)나 기타 발달장애의 일부 양상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진단 역시 서번트 자체가 아닌, 동반된 장애(예: 자폐, 지적장애 등)의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며, 이후 관찰을 통해 서번트 특성이 확인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특정 능력을 지녔는가가 아니라, 그 능력이 일상 기능이나 사회 적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함께 평가하는 것입니다. 많은 서번트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해서 일상생활에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는 않습니다. 대인관계, 시간 개념, 감정 조절, 상황 판단 등에서 어려움을 보이기도 하며, 특히 사회적 소통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이들이 가진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교육적, 사회적 지원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지에서는 서번트 특성을 조기에 발견하고 재능을 특화 교육으로 연결하는 프로그램들이 일부 마련되어 있으며, 국내에서도 점차 관련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서번트 증후군은 약물로 치료되는 질환은 아닙니다. 하지만 함께 동반된 자폐, ADHD, 불안장애 등이 있을 경우 이를 조절하기 위한 약물치료가 시행될 수 있습니다. 약물은 주로 집중력 향상, 불안 조절, 감정 기복 완화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며,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약사로서 환자를 만날 때, 서번트를 가진 분들에게 약을 권할 때는 단순한 복약 정보뿐 아니라 그들의 감각 민감성과 정서적 특성을 고려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한 보호자나 교육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아이가 특정 분야에 비범한 관심이나 능력을 보인다면 이를 단순히 ‘이상하다’고 보기보다는,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 조기에 진로 탐색이나 재능 발달로 연결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포용적 환경과 맞춤형 교육, 그리고 지속적인 정서적 지지가 이들의 삶을 더 넓고 풍요롭게 만드는 열쇠입니다.
약사 코멘트
서번트 증후군은 단순히 놀라운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일상적인 의사소통과 감정 표현에서 어려움을 겪는 섬세하고 복잡한 신경발달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드라마 굿닥터는 이들의 가능성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감동적으로 표현하며, 우리에게 어떤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약사로서도 서번트 증후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며 단지 ‘특이한 사람’이 아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웃’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약사로서 서번트 증후군 환자나 보호자와 마주할 때,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회가 다양한 뇌와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열린 구조가 될 때 진정한 의미의 공존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 본 글은 약사로서 드라마에 등장한 의학 정보를 해설하기 위해 작성된 콘텐츠이며, 의료 전문인의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