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는 배우 문정희가 연기한 심명여가 녹내장으로 인해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상태로 살아가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녹내장은 시신경 손상으로 인해 시야가 점점 좁아지며,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한다면 시력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녹내장의 원인과 종류, 주요 증상과 진단 방법 그리고 치료 및 관리 방법까지 살펴보고, 질환에 대한 인식과 경각심을 높이고자 합니다.
녹내장의 종류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배우 문정희가 연기한 심명여는 한쪽 눈이 녹내장으로 실명된 상태로 살아갑니다. 작품 속에서는 그다지 강조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설정은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녹내장은 세계적인 실명 원인 중 하나로, 국내에서도 중장년층 이상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질환입니다. 특히 초기에는 아무런 자각 증상이 없어 ‘조용한 시력 도둑’이라고 불릴 만큼 조용히 시력을 빼앗아 갑니다.
녹내장은 기본적으로 시신경이 점차 손상되는 만성 안과 질환입니다. 눈 속에는 방수라는 액체가 만들어져 안압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시신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방수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안압이 상승하게 됩니다. 높아진 안압은 결국 시신경에 압박을 가해 손상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것입니다.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복구가 어렵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안압의 상승만으로는 녹내장 발생을 유발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안압이 정상 범위임에도 불구하고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을 보이는 녹내장 환자들이 매우 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개방각 녹내장 환자의 약 77%가 안압이 정상범위인 정상 안압 녹내장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안압의 상승 외에도 눈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고도근시 등도 녹내장 유발과 악화에 영향을 준다고 연구되고 있습니다.
녹내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가장 흔한 형태인 개방각 녹내장은 방수 배출로가 열려 있지만 미세한 저항으로 인해 서서히 안압이 오르는 형태로, 진행이 느리고 자각 증상이 없어 발견이 늦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폐쇄각 녹내장은 방수의 흐름 자체가 급격히 막히면서 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형태로, 심한 안통, 시력 저하, 구역, 두통 등을 동반하는 응급 질환입니다. 이처럼 녹내장의 형태와 진행 속도는 매우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시신경 손상이 누적되면 결국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어떤 형태이든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증상과 진단
녹내장의 가장 무서운 점은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시야가 좁아졌다는 느낌을 받거나, 시야 중 일부가 가려진 것 같다고 느끼고 나서야 병원을 찾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시신경이 상당 부분 손상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개방각 녹내장의 경우 주변 시야부터 서서히 손실되기 때문에, 중심 시력은 한참 뒤에야 영향을 받습니다. 이로 인해 조기 발견이 더욱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주변의 시야가 어두워지고 시야의 중심만 선명하게 보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밤에 빛 번짐이 심해질 수 있고,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이동했을 때 적응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 드물게 눈의 통증을 느끼거나 충혈, 심하면 두통까지 동반되기도 합니다.
한편 폐쇄각 녹내장은 증상이 급격히 나타나며, 응급 상황으로 분류됩니다. 이 경우 심한 안통, 두통, 메스꺼움, 시력 저하 등이 한꺼번에 나타나며, 치료가 지연될 경우 수 시간 내 실명에 이를 수 있어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합니다. 녹내장은 단순 시력 검사만으로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매우 중요합니다. 진단을 위해 실시하는 주요 검사에는 다음이 포함됩니다.
- 안압 측정(Tonometry): 녹내장의 위험을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
- 시야 검사(Visual Field Test): 시야의 손상 정도를 파악하는 데 중요
- 시신경 단층 촬영(OCT): 시신경 섬유층의 두께를 정밀하게 측정하여 손상 여부를 평가
- 각막 두께 및 전방각 검사: 녹내장의 유형 구분 및 진행 예측에 사용
가족력이 있는 경우나 당뇨, 고혈압 등 녹내장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40세 이후에는 1~2년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 앞서 언급한 심명여처럼 한쪽 눈이 실명된 이후에야 병원을 찾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일입니다.
약물 치료 및 관리
녹내장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입니다. 이미 진행된 질환을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진단을 받고 꾸준히 치료하면 시력의 상당 부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치료의 기본은 안압을 낮추는 것이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시도되는 방법이 바로 약물 치료입니다. 다만, 녹내장의 유형에 따라 사용되는 약물의 종류와 접근법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개방각 녹내장은 점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약물 치료로 안압을 조절하며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집중합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은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 베타차단제, 알파작용제 및 탄산탈수효소 억제제입니다.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는 방수의 배출을 촉진하여 안압을 낮춥니다. 하루에 한 번만 점안해도 효과가 뛰어나 환자 순응도가 높습니다. 베타차단제는 방수가 생성되는 것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하지만 심장질환 또는 천식 환자에게는 사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알파작용제와 탄산탈수효소 억제제는 다양한 기전으로 안압을 낮추며, 단독 또는 병용 요법으로 사용됩니다.
반면 폐쇄각 녹내장은 응급 상황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안압 하강이 중요합니다. 이때는 정맥 주사나 경구용 약물로 빠르게 안압을 낮추며, 이후에는 레이저 치료나 수술이 병행됩니다. 정맥 주사용 만니톨, 경구용 아세타졸아미드는 급성 발작 시 빠르게 안압을 낮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필로카르핀 성분의 점안액은 동공을 수축시켜 방수 흐름을 개선하지만, 응급 시점에는 제한적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레이저 주변홍채절개술(LPI)을 통해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어떤 유형이든 중요한 것은 꾸준한 약물 사용입니다. 녹내장은 대부분 평생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복약 순응도가 치료 성공의 열쇠입니다. 자주 까먹거나 점안을 건너뛰는 일이 반복되면 시신경 손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또한 녹내장 환자는 감기약, 항히스타민제 등 일부 일반의약품도 주의해서 사용해야 하므로 꼭 주치의나 약사와 상담하여 복용할 것이 권고됩니다.
약사 코멘트
녹내장은 단순히 노안과 혼동되기 쉬운 질환입니다. 하지만 시야가 서서히 좁아지거나 한쪽 눈으로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한다면, 단순 피로나 시력 저하로 넘기지 마시고 반드시 안과 검진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약사로서 환자들을 접하게 되면, 가끔 녹내장 질환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눈에 넣는 약은 별거 아니겠지"라며 점안을 소홀히 하시지만, 안압 조절에 실패하면 시력은 결코 돌아오지 않습니다. 녹내장은 조용히 찾아오지만, 적절한 관리로 충분히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질환입니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은 시력을 지키는 가장 좋은 예방입니다. 오늘, 눈 건강을 위해 예약해 보세요.
※ 본 글은 약사로서 드라마에 등장한 의학 정보를 해설하기 위해 작성된 콘텐츠이며, 의료 전문인의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