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인생 의학드라마라고 손꼽는 드라마 '뉴하트'. 종합병원 흉부외과를 배경으로, 젊은 의사들이 긴박한 응급 상황 속에서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지성과 김민정은 새롭게 흉부외과 전공의로 지원한 레지던트 의사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심장을 움켜쥐고 쓰러진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오는 장면이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아마도 심근경색 환자일 것입니다.
심근경색은 단 몇 분 안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따라서 응급 대처법이 상당히 중요한 질환입니다. 이번 글을 통해 심근경색의 증상부터 원인, 응급 대처법까지 정확하게 알고 앞으로 생길지도 모를 위험 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게 대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약사로서 꼭 알려드리고 싶은 건강 정보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심근경색의 증상과 초기 징후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작스럽게 막히면서 그 부위의 심근이 괴사하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이 질환의 가장 전형적인 증상은 갑작스럽고 지속적인 가슴 통증입니다. 통증은 주로 가슴 중앙이나 약간 왼쪽 부위에서 발생하며, 환자들은 흔히 쥐어짜는 듯하거나 압박을 받는 느낌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통증은 갑작스럽고 참을 수 없이 20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 어깨, 왼쪽 팔, 턱, 목, 심지어 등 쪽까지 뻗칠 수 있습니다. 또한 식은땀이 나거나 숨이 차고 숨쉬기가 힘들 수 있으며, 어지러움, 구역감 등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몸이 붓거나 체중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여성, 노인, 당뇨병 환자의 경우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거나 소화불량 등 비전형적인 증상을 호소할 수 있어서 다른 질환으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나아가 일부 환자는 통증보다는 가벼운 불편감이나 조이는 느낌만을 느끼기도 하며, 심지어 아무 증상 없이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침묵의 심근경색’이라고 불립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가슴 불편감이나 숨 가쁨 정도로 시작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본인의 몸 상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평소와 다른 이상 증상이 느껴질 경우, 신속하게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심혈관 위험 인자가 있는 사람이라면 평소에도 자신의 증상 변화를 예민하게 체크하고,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있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원인과 위험요인
심근경색은 대부분 죽상경화증, 즉 동맥경화에 의해 발생합니다. 동맥경화란 혈관의 내벽에 콜레스테롤, 지방, 염증세포 등의 물질이 침착되면서 형성된 플라크가 점점 자라 혈관을 좁히고, 결국 혈류를 방해하게 되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플라크는 일정 시점이 되면 갑자기 파열될 수 있으며, 이때 우리 몸은 이를 '상처'로 인식하고 혈액 응고 작용을 가동해 혈전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 혈전이 관상동맥을 완전히 막아버리면서 심근경색이 발생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대부분 무증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되며, 막상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혈관이 70% 이상 막혀 있거나, 갑작스럽게 완전히 막힌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심근경색의 주요 위험요인으로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으며, 흡연, 과음, 운동 부족, 고지방 위주의 식습관, 만성 스트레스 등 잘못된 생활습관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즉 직계 가족 중 심근경색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면 유전적으로도 위험이 높아집니다. 최근에는 과거보다 더 젊은 연령층에서도 심근경색 환자가 늘고 있는데, 이는 야근과 스트레스, 에너지 음료와 고칼로리 식품 섭취, 운동 부족 등 현대인의 생활양식 변화와 연관성이 있습니다. 특히 30~40대 남성에서 조기 발병하는 사례가 많고, 이들은 건강검진을 미루거나 증상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아 더 큰 문제가 됩니다.
한편 폐경기 이후 여성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감소로 인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에스트로겐이 혈관의 탄력 유지와 염증 조절에 관여하는 역할을 하므로, 폐경 이후에는 심혈관 건강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처럼 심근경색은 다양한 원인과 위험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조기에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입니다.
응급 대처와 약사의 조언
심근경색은 발생 이후 단 2시간 이내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골든타임’이 존재하는 질환입니다. 이 시간을 놓치면 심장 근육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며, 심한 경우 심정지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근경색 증상이 의심되는 순간 즉시 119에 신고하고, 가능한 빨리 응급실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때 환자 스스로 운전하거나 보호자가 당황해 환자를 부축해 이동시키는 것보다는 구급차를 불러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대기 중에는 환자를 안정된 자세로 눕히고, 가능한 한 심리적 안정을 취하게 하며, 과도한 움직임을 삼가야 합니다. 과거 협심증이나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가 니트로글리세린을 처방받은 경우라면, 응급 시 혀 밑에 투여하여 일시적으로 혈관을 확장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병원에 도착하면 빠르게 심전도 검사와 심장 효소 검사를 통해 진단이 이뤄지고, 필요시 곧바로 심혈관 조영술과 관상동맥 중재술(스텐트 삽입술)이 시행됩니다. 심혈관이 막힌 부위를 열어주는 이 시술은 생명을 구하는 핵심 치료이며,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시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후에는 항혈소판제, 스타틴 계열의 지질강하제, 베타차단제, ACE 억제제 등의 약물치료가 필수적으로 병행되며, 이들 약물은 재발 방지 및 심장 기능 보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약사로서 드리는 조언은, 약물 복용의 중요성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증상이 좋아졌다고 판단하고 자의로 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재발 위험을 높이고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또한 예방 차원에서 오메가-3 지방산, 코엔자임 Q10, 폴리코사놀, 비타민 D 등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반드시 본인의 건강 상태와 복용 중인 약을 고려하여 전문가와 상담 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제일 중요한 것은 당신이 심근경색 환자라면, 니트로글리세린 복용법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며 항상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니트로글리세린은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가슴통증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물입니다. 제형으로는 설하정과 스프레이 타입이 있으며 사용 시 바로 흡수되기 때문에 급속하게 증상이 가라앉습니다. 설하정은 혀 밑에 녹여서 흡수시키면 되며, 스프레이 타입은 혀 밑 또는 혀 위에 분사하여 흡수시킵니다. 보통 5분 이내에 통증이 완화되지만, 통증이 지속될 경우 5분 간격으로 3회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20분 이상 통증이 지속될 경우 바로 응급실로 방문해야 합니다.
약사 코멘트
심근경색은 단순한 통증이 아닌, 생명을 위협하는 위급한 상황입니다. 드라마 ‘뉴하트’ 속 한 장면처럼,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 소중한 사람을 마주하게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심장의 경고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예방이 가장 좋은 치료라는 말이 있듯이, 심근경색은 관리와 주의로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한 질환입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이유 없이 피곤하고 숨이 차다면, “설마 내가?”라는 생각보다 “혹시나”를 의심해 병원을 찾는 용기가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평소 건강한 식습관, 꾸준한 운동, 정기적인 검사, 그리고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는 자세가 결국 우리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예방책입니다. 심장은 한 번 멈추면 다시 뛰기 어렵습니다. 지금, 당신의 심장은 안녕하신가요?
※ 본 글은 약사로서 드라마에 등장한 의학 정보를 해설하기 위해 작성된 콘텐츠이며, 의료 전문인의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