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는 유전성 신경질환인 헌팅턴병이 주요 갈등 요소로 등장합니다. 드라마 속 설정을 계기로 헌팅턴병의 원인, 증상, 치료와 관리법을 약사의 시선으로 정리했습니다.
헌팅턴병의 원인과 증상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유전 질환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은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희귀한 신경퇴행성 질환입니다. 환자의 유전자를 보면 4번 염색체에 위치한 HTT 유전자에서 CAG라는 특정 염기서열이 비정상적으로 반복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반복 횟수가 일정 기준(일반적으로 36회 이상)을 넘어서면 헌팅턴병이 발현되며, 일반적으로 30~50대 사이에 증상이 시작됩니다. 발병 초기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행동 변화나 기분 저하, 집중력 저하 등으로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특징적인 무도병(chorea) 증상이 나타납니다. 무도병은 얼굴, 팔다리 등에서 갑작스럽고 불규칙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줍니다. 더 나아가 언어 기능과 삼킴 기능이 점차 저하되고 인지 기능의 악화와 감정 기복, 충동 조절의 어려움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심각한 경우에는 치매 증상이나 정신병적 증상까지 나타나기도 합니다. 헌팅턴병은 뇌의 특정 부위, 특히 운동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부분이 서서히 위축되면서 발생하는데, 이런 신경세포의 파괴는 발병 수년 전부터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조기 확인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고 해도 현재까지 헌팅턴병의 진행을 멈추거나 역전시킬 수 있는 치료법은 없는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에 따라 다양한 약물치료와 비약물적 접근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환자와 가족 모두가 보다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
현재 헌팅턴병은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지만, 증상을 조절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의 약물치료가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증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에 맞는 약물들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운동 이상 증상, 특히 무도병입니다. 무도병은 도파민의 과잉 작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도파민을 고갈시켜 농도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통해 불규칙한 움직임을 줄입니다. 대표적인 약물이 테트라베나진(tetrabenazine)으로, 이는 FDA에서 헌팅턴병의 무도병 치료를 승인받은 약물입니다. 이후 테트라베나진의 동위원소 이성질체로 듀테트라베나진도 승인되어 국내 도입되었습니다. 다만 우울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복용 시 환자의 심리 상태도 함께 관찰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할로페리돌과 같은 항정신병 약물도 도파민 길항 효과를 통해 운동 증상 완화에 사용됩니다.
두 번째는 정신과적 증상입니다. 헌팅턴병 환자는 우울증, 불안, 충동조절 장애, 망상, 환청 등 다양한 정신증상을 겪을 수 있는데, 이는 환자와 가족에게 매우 큰 부담이 됩니다. 이 경우에는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의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해 정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정신병적 증상이 강할 경우에는 올란자핀, 퀘티아핀 등의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을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약물들은 졸림,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있으므로 용량 조절과 부작용 관찰이 매우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수면장애나 불안정한 생체리듬입니다. 헌팅턴병 환자는 수면의 질이 낮아지거나 낮밤이 뒤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멜라토닌 보충제나 트라조돈 같은 약물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헌팅턴병의 약물치료는 개별 증상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며, 환자의 상태에 맞춘 맞춤형 약물 조합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입니다. 약사의 입장에서는 환자가 복약 순응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복용법, 부작용 대응법, 약물 간 상호작용 등에 대해 꼼꼼히 상담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비약물적 치료를 통한 관리
헌팅턴병은 진행성 질환이므로 신체 기능 유지와 정서적 안정을 위한 비약물학적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며, 실제로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영양사, 심리상담가 등 다양한 전문가가 함께 환자의 삶을 지원합니다.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균형 훈련, 근력 강화 운동, 낙상 예방 교육 등이 포함되며, 환자의 자립 능력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도와줍니다. 운동을 통해 근육의 경직이나 위축을 예방할 수 있으며, 정기적인 활동은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언어치료: 언어 표현력 저하와 삼킴 기능 감소를 늦추는 데 효과적입니다. 의사소통 도구나 간단한 발성 훈련을 통해 환자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삼킴 장애가 발생하면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흡인성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연하 기능 평가와 함께 질감 조절 식이를 하거나 필요시에 연하식을 사용합니다.
영양 관리: 고열량, 고단백 식단을 통해 체력 유지를 도와야 합니다. 삼킴 곤란 시에는 죽, 미음 형태의 부드러운 식단을 선택해야 합니다.
심리상담 및 가족 교육: 환자 본인과 보호자의 정서적 부담을 줄이는 데 필요합니다.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변화에 대한 수용과 대처 방안을 함께 논의함으로써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돌봄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약사 코멘트
헌팅턴병은 아직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를 통해 충분히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약사로서 환자와 가족에게 정확한 복약 정보를 제공하고, 꾸준한 상담과 관리로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드라마 속 의학 정보를 현실적으로 분석하며, 시청자들이 올바른 건강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 본 글은 약사로서 드라마에 등장한 의학 정보를 해설하기 위해 작성된 콘텐츠이며, 의료 전문인의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