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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적록색약(색각 이상, 원인, 관리 방법)

by yeon120 2025. 10. 23.

드라마 더 글로리 포스터
출처: Netflix 공식 홈페이지 - 드라마 '더 글로리'

드라마 '더 글로리' 속 전재준은 적록색약을 지닌 인물로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색각 이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색각 이상이란 무엇인지, 유전적 원인과 발생 기전을 포함해 알아보겠습니다. 또한 색약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실질적인 불편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고,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겠습니다.

색약(색각 이상)

색약은 정확히는 색각 이상(color vision deficiency)이라고 합니다. 이는 특정 색을 인지하거나 구분하는 능력이 정상보다 떨어지는 시각적 특성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색맹'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지만, 이는 모든 색을 인식하지 못하는 전색맹을 의미하므로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색약 환자는 단지 특정 색상의 구별에 어려움을 겪을 뿐, 색을 전혀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망막에는 세 가지 종류의 원추세포(cone cell)가 존재합니다. 이들은 각각 빨강(적색, L-cone), 초록(녹색, M-cone), 파랑(청색, S-cone) 파장의 빛을 감지합니다. 이 세 가지 색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색을 인식하게 되며, 이 중 하나 이상에 이상이 생기면 색각 이상이 발생합니다.

가장 흔한 형태는 적록색약(Red-Green Color Deficiency)으로, 이는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분하기 어렵거나 헷갈리는 증상을 보입니다. 적색 수용체 이상을 '프로탄'형, 녹색 수용체 이상을 '듀탄'형이라고 하며, 두 유형 모두 전체 색약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드물게 청색-황색 구별이 어려운 '트라이탄'형이나, 모든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전색맹'도 존재하지만 발생 빈도는 매우 낮습니다. 이러한 색각 이상은 시력이나 다른 시각 기능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특정한 색 구분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색약은 단순한 시력 저하가 아니라, 색 지각 방식의 차이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유전적 원인

색각 이상은 대부분 유전적 원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유전 양식은 X 염색체 열성 유전입니다. 색각 이상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X 염색체에 위치해 있으며, 남성(XY)은 X 염색체가 하나이기 때문에 변이가 존재할 경우 100% 발현하게 됩니다. 반면 여성(XX)은 두 개의 X 염색체를 가지므로, 하나가 변이가 있어도 나머지 하나가 이를 보완해 대개 보인자(carrier)에 머무릅니다.

이로 인해 색약은 남성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납니다. 통계적으로 전체 남성의 약 8~10%가 색각 이상을 가지는 반면, 여성은 약 0.5% 미만으로 보고됩니다. 이는 유전적 구조상의 차이로 설명됩니다. 특히 어머니가 보인자일 경우 아들에게 유전될 확률이 50%이므로,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전 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색각 이상을 유발하는 주요 유전자는 OPN1LW (적색 수용체 유전자)와 OPN1MW (녹색 수용체 유전자)입니다. 이들 유전자에 돌연변이나 유전자 재배열이 생기면 수용체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여 적록색각이상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런 유전적 이상은 출생 시부터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학령기 이후에야 진단됩니다. 실제로 초등학교 색각검사에서 처음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천성 색각 이상도 존재합니다. 이는 시신경 손상, 약물 부작용, 중추신경계 질환, 노화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후천성 색각 이상은 특정 색상군에만 영향을 주거나, 색각 인식 자체가 왜곡되는 경우도 있어 진단과 접근방법이 다릅니다. 하지만 전체 색각 이상 환자 중 후천성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일상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색약은 유전적 원인입니다.

진단은 전문 안과에서 시행하는 이시하라 색각 검사(Ishihara Plate Test)가 대표적입니다. 숫자나 도형이 색의 대비로 구성된 색판을 통해 색 구분 능력을 평가하며, 필요시 정밀 검사나 유전자 검사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의 불편과 그 관리 방법

색각 이상은 일반적인 시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색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장 흔한 적록색약의 경우, 빨간색과 초록색, 또는 이 두 색이 혼합된 형태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해 일상생활의 여러 영역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대표적인 불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신호등 인식: 색약 환자는 신호등의 색상을 정확히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빛의 위치나 밝기로 판별하게 됩니다. 교차로에서 빨간불과 초록불을 혼동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 지도 및 그래프 해석: 도표나 지도에서 색상으로 구분된 정보(예: 위험도, 범례 등)를 해석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거나,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의류, 인테리어, 메이크업 색상 판단: 옷 색상 매치, 인테리어 배색 결정, 색조 화장품 사용 등에서 색감 판단이 어려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음식 조리 상태 확인: 고기나 생선의 익힘 정도(붉은색 → 갈색 변색) 판단에 애로가 있으며, 특히 조리나 식품 관련 직종에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색약은 일상에서의 불편뿐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제약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군 입대입니다. 우리나라 병무청에서는 색각 이상자의 보직을 제한하고 있으며, 색각 이상 정도에 따라 지원 가능한 병과가 달라집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직업군에서도 색각 이상은 진입에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 항공 분야: 조종사, 항공 관제사
  • 철도 운전 및 관제
  • 전기 및 전자기기 관련 업종
  • 일부 의료 영상 관련 직무

이들 직군은 정확한 색 구분이 요구되기 때문에 색각 정상 여부를 입사 전 검사 항목으로 포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진로 선택 시 색약 여부를 미리 인지하고 관련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색각 이상을 보조해 주는 기술도 많이 발전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색각보정 안경인 엔크로마(EnChroma)는 특정 파장의 빛을 차단하거나 강조함으로써 색 대비를 향상시키는 필터형 렌즈를 사용합니다. 다만 개인별 효과 차이가 크며, 모든 유형의 색약에 효과적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색보정 소프트웨어도 보급되고 있습니다. 일부 운영체제(OS)는 색각 이상자를 위한 색 필터 옵션을 기본 제공하며, 모바일 앱 중에서도 색 인식을 돕는 보조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색각 이상으로 인한 불편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약사 코멘트

색각 이상은 질병으로 분류되기보다는 유전적 특성에 가까우며, 시력이나 건강에 직접적인 손상을 주지는 않습니다. 이번 글을 포스팅하면서 약국이나 병원에서 약사로 일하면서 색약 환자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에 복약지도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라벨 스티커를 빨간색으로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눈에 띄는 색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적록색약 환자는 이를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환자에게 직접 강조하여 설명한다든지 흑백 대비가 강한 아이콘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포장되어 있는 개별 약에 대한 설명을 할 경우에도 약의 색깔뿐만 아니라 모양이나 사이즈도 함께 설명하거나 텍스트에 꼭 기입하여 복약지도하겠습니다.

색각 이상은 생활에 다소간의 불편을 주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유전적 질환 특성상 완치는 어렵지만 보조 기술과 환경 개선, 전문가의 적절한 안내를 통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약사로서도 이 특성을 이해하고 실용적인 복약지도를 제공하도록 해야겠습니다.

※ 본 글은 약사로서 드라마에 등장한 의학 정보를 해설하기 위해 작성된 콘텐츠이며, 의료 전문인의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