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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모야모야병(정의, 진단과 증상, 치료 및 예후)

by yeon120 2025. 10. 16.

드라마 '브레인' 포스터
출처: KBS 공식 홈페이지 - 드라마 '브레인' 프로그램 포스터

2011년 KBS 의학드라마 ‘브레인’에서는 천재적인 신경외과 의사 이강훈(신하균)을 좋아하는 여자 장유진(김수현)의 딸이 희귀 뇌혈관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진단받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의학 드라마에서 나온 이 장면은 단순한 스토리 전개를 넘어서, 현실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낯선 모야모야병이라는 질환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드라마를 바탕으로 모야모야병의 원인과 증상, 진단 및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소아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발병할 수 있는 만큼 뇌혈관 건강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알고 계셔야 할 내용입니다.

모야모야병의 정의

모야모야병(Moyamoya disease)은 특별한 원인이 없이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내경동맥이 점차 좁아지면서 그 주변에 '모야모야 혈관'이라는 얇고 가느다란 혈관들이 형성되는 질환입니다. 이 혈관들이 마치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양처럼 보이는데, 일본어로 '모야모야'라고 하며 처음 병을 발견하고 보고한 의사가 일본사람이어서 병명이 '모야모야병'으로 지어졌습니다.

이 질환은 비교적 드문 희귀 질환이지만, 유럽이나 미국보다 아시아권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두 연령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5~10세 사이의 어린이와 30~40대 성인 연령입니다. 환자의 10~15%에서 부모나 형제에서 동시 발병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유사한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여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소아에서는 주로 뇌혈류가 부족해지면서 발생하는 허혈성 증상(일과성 허혈 발작, 두통, 마비 등)이 흔하고, 성인의 경우는 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출혈성 증상(뇌출혈, 언어장애, 시야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단순 두통이나 어지럼증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치기 쉬운 증상들이 많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도 위험 요인입니다.

모야모야병은 지금까지 병이 생긴 원인으로 유전적으로 이상이 있거나 자가면역 혹은 혈관이 물리적으로 손상되는 등의 여러 가설이 제시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 염색체 유전자의 이상에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혈관생성 관련된 새로운 유전자나 단백질, 세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요 증상과 진단 과정

모야모야병은 초기 증상이 다양하고 다른 뇌혈관 질환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쉽게 간과되기 쉽습니다. 소아의 경우에는 뇌허혈에 의한 증상이 가장 많이 나타납니다. 뇌허혈 중 가장 흔한 경우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입니다. 갑작스럽게 수분~수시간 동안 운동 마비가 나타나거나 감각 이상, 언어 장애, 두통, 발작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뜨겁고 매운 음식을 먹은 후, 심한 운동을 한 후, 관악기나 풍선을 불고 난 후, 심하게 울고 난 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증상이 뇌허혈에서 뇌경색으로 진행하게 되면 시야 장애나 의식의 저하 등 심각한 신경학적 장애를 보일 수 있습니다. 한편 성인은 소아의 경우와는 다르게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인은 어린이에 비해 모야모야병 진행 자체가 느리고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뇌출혈이 발생할 경우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두통, 시야장애, 기억력 저하, 감각 이상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두통이 심할 경우 구역과 구토를 동반하기도 하며, 아침에 유독 심합니다.

진단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임상증상을 통한 의심입니다. 이따금씩 팔과 다리의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이상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심하게 울거나 매운 음식을 먹은 경우, 악기를 부는 경우 과호흡을 할 때 증상이 심해지거나 뚜렷하면 모야모야병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직접적으로 진단을 하기 위한 뇌 검사는 MRI(뇌 자기 공명영상), MRA(뇌혈관 자기 공명영상), 뇌혈관 조영술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뇌혈관 조영술이 혈관 구조를 가장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 모야모야병의 확진을 위한 표준적인 검사입니다. MRI는 어린이 모야모야병의 진단에 유용하고 성인의 경우 선별검사를 하기에 적절합니다. MRA 또한 선별검사나 수술 후 추적관찰에 사용되는 검사 방법입니다.

또한 뇌혈류를 측정하는 특수 검사나 유전자 검사(RNF213 유전자 돌연변이 등)를 통해 정확도를 높이기도 합니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뇌혈류가 급격히 나빠지면 회복 불가능한 뇌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료 및 예후

모야모야병은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질환은 아닙니다. 수술 등의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그냥 관찰하게 되면, 어린이의 경우에는 절반 가량에서 병이 진행되어 악화된 증상을 보입니다. 약 20%에서 심각한 신체장애가 생길 수 있으며 20~30%에서 정신기능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 반복적인 뇌출혈이나 뇌경색으로 신체에 장애가 생기거나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단이 내려지면 빠르게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수술적 재관류술입니다. 이를 통해 뇌허혈을 예방하고 뇌혈류를 호전시켜서, 혈관이 막히거나 손상되어 다른 혈관을 통해 흐르는 측부혈관을 줄임으로써 출혈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수술 후에도 재발 방지와 뇌혈관 건강 유지를 위한 꾸준한 관리가 중요합니다. 어린이의 경우 수술 전후로 경련발작이 나타나거나 운동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가 있어 필요에 따라 적정 기간 동안 항경련제를 복용할 수도 있습니다. 수술 후 CT를 통해 머리 안에 피가 고이지 않았는지 확인하여 경과를 관찰해야 합니다. 또한 수술 후에도 두통이 지속되거나 새로 생길 수 있어서 두통의 양상과 정도에 따라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예후는 조기 진단과 적절한 수술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소아기에 조기에 발견해 수술을 받은 경우는 성장 이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성인의 경우 출혈형 모야모야병은 예후가 다소 나쁠 수 있으나, 역시 수술을 통해 뇌출혈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약사 코멘트

모야모야병은 희귀하지만, 한 번 발병하면 뇌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입니다. 드라마 ‘브레인’을 통해 우리는 이 질환이 단지 의학적인 정보로 끝나지 않고, 인간적인 고민과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소아와 성인 모두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증상이 애매하고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의심이 될 땐 반드시 조기에 영상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약사로서 권유드리자면, 가족력이 있거나 반복적인 두통, 어지럼증, 일시적인 언어장애나 마비 증상이 있다면 절대 가볍게 넘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모야모야병은 치료법이 존재하는 질환입니다. 조기 발견과 적절한 수술,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충분히 삶의 질을 지킬 수 있습니다. 특히 소아 환자의 경우 빠른 대처가 미래의 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니, 보호자분들께서는 이 글을 참고하시어 아이의 건강 신호에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 본 글은 약사로서 드라마에 등장한 의학 정보를 해설하기 위해 작성된 콘텐츠이며, 의료 전문인의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