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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수두증(정의, 증상과 진단, 치료)

by yeon120 2025. 10. 18.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포스터
출처: tvN 공식 홈페이지 -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프로그램 정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8~9화에서는 안정원(유연석) 교수의 어머니인 정로사(김해숙)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의심되지만, 실제로는 정상압 수두증으로 진단되어 치료 후 회복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뇌에 물이 차는 병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수두증이 실제로는 치매처럼 보이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라마를 통해 인상 깊게 전달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드라마 속 사례를 통해 고령층에서 자주 나타나는 정상압 수두증에 대해 증상과 진단, 치료와 예후까지 약사의 시선에서 살펴봅니다.

정상압 수두증의 특징

정상압 수두증은 이름만 들으면 낯설지만 실제로는 고령층에서 치매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은 중요한 질환입니다. 이 병은 뇌 안에 존재하는 뇌실이라는 공간에 뇌척수액이 과도하게 고이면서 뇌를 압박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일반적인 수두증은 주로 소아에서 발생하며, 뇌척수액의 흐름이 막혀 뇌압이 증가하고 머리가 커지거나 구토, 두통 같은 증상이 동반되곤 합니다. 하지만 '정상압 수두증'은 이와 달리 뇌척수액이 서서히 고이면서도 뇌압은 정상 범위를 유지하는 특이한 형태를 띱니다. 겉으로는 뇌압이 정상처럼 보이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거나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후유증으로 오해되기 쉽습니다.

이 질환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증상이 매우 일상적이기 때문입니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발을 끌며 걷는다든지, 대소변을 참지 못하는 요실금 증상, 기억력이 점점 떨어지는 인지 저하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세 가지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정상압 수두증의 전형적인 삼합 증상(triad)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변화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면 가족이나 보호자가 노화나 단순한 치매로 오해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이제 나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쳤다가 병원 방문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압력이 정상이지만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뇌척수액의 흐름과 순환 구조에 있습니다. 뇌척수액은 뇌를 보호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며 하루에도 여러 번 생성과 흡수가 반복됩니다. 하지만 정상압 수두증에서는 이 순환이 원활하지 않거나 흡수에 문제가 생기면서 뇌실이 확장되고, 결과적으로 뇌 조직을 미세하게 압박하게 됩니다. 압력은 정상처럼 보여도 뇌의 특정 부위, 특히 보행, 배뇨, 인지 기능을 조절하는 부위에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지기 때문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처럼 정상압 수두증은 단순 노화나 퇴행성 질환으로 착각하기 쉬우나,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증상의 개선이 가능한 '치료 가능한 치매'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고령자의 보행 변화나 인지 저하가 관찰될 경우, 단순 치매로 단정 짓기 전에 반드시 이 질환에 대한 감별 진단이 필요합니다.

증상과 진단 포인트

정상압 수두증(Normal Pressure Hydrocephalus, NPH)은 외관상 뇌압이 정상이지만 뇌실 내에 뇌척수액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특히 고령층에서 빈번히 발생합니다. 이 질환의 대표적인 특징은 위에서 잠깐 언급하였듯이 세 가지 주요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삼합 증상'입니다. 첫 번째는 보행 장애로, 환자는 다리가 무겁고 발이 바닥에 붙은 듯한 느낌을 호소하며, 짧고 느린 보폭으로 걷고 중심을 잘 잡지 못해 자주 넘어집니다. 이는 파킨슨병의 보행 이상과는 다른 특징으로, 파킨슨병에서는 손 떨림이나 근육 경직이 동반되지만, 정상압 수두증에서는 주로 다리 움직임만 둔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지 저하입니다. 기억력 감퇴가 서서히 나타나고,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판단력이 흐려지며, 집중력도 떨어지는 양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증상은 흔히 알츠하이머 치매와 혼동되지만, 정상압 수두증에서는 비교적 갑작스럽고 급격하게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으며, 치료 후에도 회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실제로 정상압 수두증은 '치료 가능한 치매'로 불릴 만큼 조기 진단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 증상은 요실금입니다. 초기에는 소변이 자주 마렵고 급하게 느껴지며, 점차 배뇨를 조절하지 못하고 속옷을 적시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노화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보행 장애나 인지 저하와 함께 나타난다면 반드시 정상압 수두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가족이나 보호자가 이러한 증상을 연결 지어 생각하지 못하고 각각을 별개의 문제로 여기는 경우 진단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영상검사가 필수적입니다. 뇌 CT나 MRI를 통해 뇌실의 확장 여부를 확인하며, 특히 MRI에서는 뇌실 비대 외에도 주변 백질 변화 등 미세한 신경조직의 압박 징후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배액반응검사(Tap Test)’라는 특수한 진단법이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는 요추에서 뇌척수액을 일정량 제거한 뒤 환자의 보행이나 인지 기능이 개선되는지를 관찰하는 검사로,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방법입니다. 이 검사를 통해 수술적 치료의 효과를 미리 가늠할 수 있어 매우 실용적인 진단 도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정상압 수두증은 초기 증상이 모호하고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핵심 증상을 조합해 파악하고 영상 및 배액반응검사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합니다. 특히 보행 변화와 기억력 저하, 요실금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라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와 예후

정상압 수두증의 가장 핵심적인 치료 방법은 바로 '션트 수술(Shunt Operation)'입니다. 이 수술은 뇌실에 고여 있는 뇌척수액을 몸의 다른 부위로 우회시켜 배출하는 방식으로,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뇌실-복강 간 션트(Ventriculo-Peritoneal Shunt, VP Shunt)입니다. 머릿속의 뇌실에 카테터를 삽입하고, 이를 복강까지 연결하여 과도한 뇌척수액이 천천히 배출되도록 도와줍니다. 이를 통해 뇌실 내 압력을 줄이고 신경조직의 압박을 해소해,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수술은 비교적 간단한 신경외과적 시술로 분류되며, 고령 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시행 가능합니다.

치료 효과는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적절한 대상자에게 시행된 션트 수술은 환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데, 특히 보행 장애와 요실금 증상이 수술 후 며칠 내로 빠르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지 기능 역시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으며,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예후가 좋습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션트 수술 후 약 60~80%의 환자에서 유의미한 증상 개선이 관찰되며, 일부는 일상생활로의 복귀도 가능하다고 보고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모든 환자가 수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배액반응검사(Tap Test)나 외부 배액 시험(EVD)을 통해 수술 후 증상 개선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수술 후 션트 기능 이상, 감염, 과배액 등 부작용이 드물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술 이후에도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수적입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등장합니다. 기억력이 흐릿하고 보행에 어려움을 겪던 고령의 환자가 정상압 수두증으로 진단받고 션트 수술을 받은 뒤, 눈에 띄게 말도 또렷해지고 걸음걸이가 안정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드라마적 연출을 넘어서, 실제 임상 현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회복의 과정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시기에 션트 수술을 진행한다면, 수년간 '치매'로 오인되며 방치됐던 삶이 새롭게 바뀔 수 있습니다.

정상압 수두증은 단순한 노화 현상이나 불가역적 치매로 여겨질 수 있는 증상들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수술로 치료 가능한 몇 안 되는 질환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증상에 주목하고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세 가지 주요 증상 중 2가지 이상이 보인다면, 그 시점이 곧 치료의 골든타임일 수 있습니다. 의심 단계에서 영상검사와 배액반응검사를 통해 신속하게 접근하는 것이 향후 예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약사 코멘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서처럼, 어느 날 갑자기 말이 느려지고 걷는 게 힘들어졌다고 해서 모두가 단순한 노화나 치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 '정상압 수두증'처럼 고령층에서 종종 발생하면서도 치료 가능성이 높은 질환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보행이 둔해지고 기억력이 흐릿해지며 배뇨 문제가 동반된다면, 이는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정상압 수두증은 드물지 않은 질환이지만, 워낙 증상이 다른 질환과 겹치고 서서히 진행되는 특성 탓에 놓치기 쉽습니다. 약국에서도 가끔 고령의 환자분이나 보호자분들이 “치매인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는 수술 얘기를 하더라”며 놀라워하시곤 합니다. 바로 이럴 때가, 약사가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나이 탓’이라고 넘기기보다는, 걸음걸이 변화 + 기억력 저하 + 요실금이라는 세 가지 단서가 동시에 보인다면, 꼭 신경외과 전문의와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치료 가능한 치매, 정상압 수두증. 조금만 빨리 알아채면, 인생의 후반부를 훨씬 건강하게 다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드라마 속 의학 정보를 약사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독자들이 정확하고 현실적인 건강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 본 글은 약사로서 드라마에 등장한 의학 정보를 해설하기 위해 작성된 콘텐츠이며, 의료 전문인의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