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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임산부 항암치료(항암제, 항암요법, 모니터링)

by yeon120 2025. 10. 16.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포스터
출처: tvN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임신 중 항암치료라는 현실적 의료 갈등이 그려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당 장면을 바탕으로 임신 중 항암치료의 원칙, 임산부에게 안전한 항암제, 치료 시 주의사항 등을 정리했습니다.

임신 중 암 진단 시기와 치료 결정

암이 임신 중 진단된다면, 이는 단순히 진단의 문제를 넘어 모체와 태아의 생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 의료 문제입니다. 임산부 암 환자의 치료는 의학적인 요인 외에도 윤리적, 심리적, 법적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최적의 관리를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종양내과 전문의뿐 아니라 산부인과, 외과, 영상의학과, 소아과 등 여러 전문가들로 구성된 다학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임산부 암 환자의 치료에 대한 일반적인 원칙은 가능하면 비임산부 치료와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선적으로 종양의 예후와 전반적인 생존율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항암제가 태아 발달에 미치는 영향과 항암 치료를 통한 노출로 인해 나타나게 되는 장기 합병증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한 사항입니다.

국제 가이드라인인 ESMO와 Onkopedia, NCCN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임신 주수입니다. 이 중에서도 1분기(1~13주)는 태아의 주요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항암제 사용이 절대 금기입니다. 이 시기에 항암제를 투여하게 되면 자연유산율과 기형 발생률을 10~20% 이상 증가시킨다는 근거가 명확합니다. 반면 임신 후기에 항암화학요법을 통한 기형 위험은 1.3%로 급격하게 감소합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암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임신 종결을 고려하거나, 치료 연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2분기(14~27주)부터는 항암치료가 원칙적으로 가능해지며, 안전성 기준도 확보됐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임신 중·후기에 항암화학요법에 노출된 태아에게 유의미한 합병증이 없다고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태반을 쉽게 통과하는 화학요법제는 분만 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미뤄야 합니다. 3분기(28주 이상)에는 항암제 투여가 가능하지만, 분만 예정일 최소 3주 전에 마지막 항암제가 투여되어야 합니다. 이는 산모와 아기 모두의 혈액학적인 독성을 피해 분만 및 신생아의 건강 관련 문제를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분만 방식은 산부인과 의사의 권고를 따라 정해야 하지만, 때로는 정확한 분만일을 정할 수 있는 제왕절개를 선호합니다. 조산은 태어날 아기의 정서적, 인지적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임산부 암 환자에게 만삭 임신(37주 이상)은 항상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임신 중 항암요법

임신 중의 종양 병기 설정은 비임산부 환자와 동일한 TNM system에 따라 단계를 결정합니다. 임신 중의 수술요법은 비교적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데, 임신 초기에는 유산 위험이 약간 증가할 수 있습니다. 암종에 따라 골반이나 복부 수술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때 합병증 발생률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면 임신 중의 수술은 지연되어서는 안 됩니다.

임신 중 항암화학요법은 위 문단에서 설명하였듯이 임신 초기에는 시행되어서는 안 되며, 임신 2분기 이후~ 분만예정일 최소 3주 전까지의 기간 동안 안전한 항암제에 한해 진행될 수 있습니다. 임신 중 사용 가능한 항암제로는, 백금 계열(Cisplatin, Carboplatin), 안트라사이클린 계열(Doxorubicin, Daunorubicin), 일부 알킬화제(Cyclophosphamide 등), 탁센 계열(Paclitaxel, Docetaxel)이 있습니다. 특히 cyclophosphamide 같은 알킬화제는 임신 1분기 사용 시 기형 유발 위험이 커서 사용이 금지되지만, 2~3분기부터는 사용이 가능하다고 ESMO, NCCN, Onkopedia 지침에서 분류되고 있습니다. ESMO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위의 계열 약물들은 태아 기형이나 이상 없이 사용 가능하다고 임상 연구 데이터들이 있으며, 이는 치료 효과 대비 위험도가 낮다고 평가됩니다. 보통의 항암제의 경우 3주마다 시행하는 사이클로 진행되는 경우들도 많지만, 부작용 모니터링을 쉽게 하기 위해 주간 화학요법 일정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선호된다고 합니다. 화학 요법제의 용량은 비임산부 환자와 동일하게 표준 용량으로 진행합니다.

하지만 표적치료제나 항호르몬제, 면역관문억제제 등은 태아에게 노출 시 태아 발달이 손상될 수 있고, 양수과소증을 유발할 수 있어서 임신분기 전 기간 금지 약제입니다.

임신 중의 방사선 요법은 태아에게 기형을 유발할 수 있어 금지됩니다. 따라서 응급하게 임상적으로 필요하거나 방사선 조사 범위가 자궁에서 충분히 떨어져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방사선 조사는 출산 후로 미루는 것이 강력하게 권장됩니다.

임신 중 지지요법 및 치료기간 모니터링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나타나게 되는 부작용을 컨트롤하기 위한 여러 가지 요법들이 시행될 수 있습니다. 임신 중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구토와 메스꺼움이 있습니다. 이는 항암화학요법을 적용할 때도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입니다. 이러한 증상에 대해서 metoclopramide라는 항구토제가 1차 치료 약제로 사용될 수 있으며, 항암화학요법에 의한 구토 억제 약물로 승인된 ondansetron도 안전하게 투여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항암 치료를 하게 되면 호중구 수치가 떨어져 면역력이 약화되게 되는데, 이는 다음 항암 사이클을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면역 수치를 올리기 위해 G-CSF(Granulocyte colony-stimulating factor) 주사를 투여할 수 있습니다. G-CSF는 태반을 통과할 수 있으나, 제한적인 데이터에 따르면 임신 중에 G-CSF의 사용은 산모나 태아에게 유의미한 후유증을 유발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나 Category C로 분류되어 있어 임상적으로 꼭 필요한 때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합니다. 그리고 신기능이 좋지 않은 항암 환자들은 철분 수치 상승을 위해 human erythropoietin 사용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태반 장벽을 통과하지 않아 임산부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제입니다.

항생제의 경우에는 penicillins 계열, carbapenems 계열, cephalosporins 계열, erythromycin이나 azithromycin과 같은 macrolides 계열이 임신 중 사용 시 Category C로 분류되어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한편, 임산부의 항암치료 동안에는 다음과 같은 모니터링이 중요합니다:

  • 혈액학적 모니터링: CBC 및 전해질, 신장 기능은 약물 대사 변화가 심한 임신 중 필수적입니다. 신부전이나 탈수로 인한 약물 독성 위험이 있습니다.
  • 모체 약동학 변화 주의: 임신 중 혈장량, 단백 결합률 변화로 약물의 AUC와 반감기도 달라집니다. 특히 taxanes와 anthracyclines의 대사가 빨라질 수 있으므로 간 기능 평가도 중요합니다.
  • 태아 성장 평가: 초음파 및 성장률 확인이 중요하며, 특히 platinum 계열 사용 시 신장 기능과 청력 발달 관찰이 필요합니다.

약사 코멘트

임신 중 항암치료는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단 산모와 태아에 대한 안전성과 종양 치료 효과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도전적인 임상 상황입니다. 다학제적 협력과 근거 기반 의료를 통한다면 산모와 태아 모두의 안전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임신 중 항암요법의 최신 지침을 이해하고, 의료현장에서 실질적인 판단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본 글은 약사로서 드라마에 등장한 의학 정보를 해설하기 위해 작성된 콘텐츠이며, 의료 전문인의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