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 성기훈은 우승 상금이 어마어마한 오징어 게임 참여를 권유받게 됩니다. 기훈의 노모는 당뇨 합병증으로 인해 발이 괴사되면서 걷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면서 돈이 절실해진 기훈은 목숨을 내건 게임에 참여하게 됩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당뇨 환자의 약 15~25%가 일생 동안 한 번 이상의 발 궤양을 앓게 되며, 그중 절반 이상이 감염에 의한 합병증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번 글을 통해 당뇨발에 대한 원인과 진행과정, 증상과 관리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당뇨병성 족부병증의 원인과 진행 과정
당뇨발은 단순히 ‘발에 생긴 상처’가 아니라, 장기간의 고혈당이 만들어낸 혈관·신경 손상의 결과입니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 몸의 말초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며, 발끝의 감각이 둔해집니다. 작은 상처나 물집이 생겨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방치되기 쉽습니다. 동시에 모세혈관의 혈류가 줄어들어 산소와 영양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상처 회복 속도도 느려집니다. 이렇게 감각 저하와 혈류 장애가 겹치면, 단순한 상처가 감염으로 이어지고, 심하면 피부궤양이나 괴사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는 당뇨발을 크게 ‘신경병성 당뇨발’과 ‘허혈성 당뇨발’로 구분합니다. 전자는 신경 손상이 중심인 형태로 발바닥의 압력 분포가 불균형해져 굳은살이나 궤양이 잘 생깁니다. 후자는 동맥의 혈류가 감소해 생기는 것으로 발이 차갑고 창백해지며, 작은 상처가 잘 아물지 않습니다. 두 형태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진행 과정은 매우 서서히 일어나지만, “통증이 없는 상처”가 초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신경 손상 때문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므로 이미 감염이 진행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발의 붓기, 발가락 색 변화, 악취, 상처 부위의 분비물 등도 경고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발톱 주위의 염증이나 피부 갈라짐도 방치하면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뇨발의 진행은 단순히 발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감염이 심해지면 전신 염증 반응을 일으켜 입원 치료가 필요하고, 심한 경우 잘라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로 충분히 예방 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매일 발을 살피는 습관입니다. 감각이 둔해진 환자일수록 시각적 점검이 유일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거울을 이용해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를 확인하고, 작은 상처나 변색이 보이면 즉시 전문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당뇨발의 초기 증상과 관리
당뇨발의 초기 증상은 생각보다 미묘합니다. “발이 화끈거린다”, “저리다”, “감각이 무뎌진다” 같은 신경증상이 서서히 나타납니다. 밤에 다리가 타는 듯 아프거나, 맨발로 걸을 때 감촉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도 전형적인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일부 환자는 ‘발이 두꺼워진 느낌’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는 감각신경의 손상으로 뇌가 피부 자극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는 피부 변화를 함께 관찰해야 합니다. 발뒤꿈치나 발가락 끝의 각질이 두꺼워지고, 발톱이 변색되거나 변형되는 것도 혈류 장애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상처가 생기면 통증이 없더라도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발톱을 너무 짧게 깎거나 스스로 굳은살을 제거하려는 행동은 감염 위험을 높입니다.
자가 관리의 핵심은 ‘발을 보호하고 청결히 유지하는 것’입니다. 발을 씻을 때는 미지근한 물과 순한 비누를 사용하고, 온도를 직접 손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감각이 둔한 환자는 뜨거운 물로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씻은 후에는 부드러운 수건으로 물기를 잘 닦고, 발가락 사이까지 건조시킵니다. 보습제는 건조한 부위에 얇게 바르되, 발가락 사이에는 과도하게 바르지 않습니다(습기로 곰팡이가 생길 수 있음).
양말은 면 소재나 통기성 좋은 제품을 사용하고, 매일 교체해야 합니다. 신발은 발가락이 눌리지 않을 정도로 여유 있고, 바닥 쿠션이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새 신발을 신을 때는 짧은 시간만 착용해 피부 마찰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만약 상처가 생겼다면, 일반 소독제보다는 생리식염수로 세척 후 거즈로 덮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외에도 발을 따뜻하게 유지하되, 찜질팩이나 전기장판은 직접 닿지 않게 해야 합니다. 감각 저하가 있는 환자에게는 화상이 생겨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컨대, 당뇨발 관리의 본질은 “자극을 피하고, 매일 관찰하는 생활 루틴”에 있습니다. 작은 습관이 큰 합병증을 막는 가장 확실한 예방법입니다.
합병증 예방과 생활 습관 관리
당뇨발 예방의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혈당 조절입니다. 아무리 발을 잘 관리하더라도 혈당이 불안정하면 상처 회복이 늦고, 감염 위험이 높아집니다. 공복혈당, 식후혈당, HbA1c(당화혈색소) 수치를 꾸준히 점검해야 합니다. 목표는 혈당을 정상 범위에 최대한 근접하게 유지하면서 급격한 변동을 막는 것입니다.
식습관은 단순한 ‘단 음식 제한’을 넘어서야 합니다. 정제 탄수화물 대신 복합 탄수화물(잡곡, 채소)을 섭취하고,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과도한 나트륨과 포화지방은 혈류 순환을 방해하므로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체중 관리와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말초혈류 개선과 인슐린 감수성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단, 상처가 있는 경우 맨발 운동은 금지하고, 쿠션이 있는 운동화를 착용해야 합니다. 생활습관에서는 금연이 특히 중요합니다. 흡연은 말초혈관 수축을 유발해 혈류 공급을 감소시키므로, 당뇨발 위험을 두 배 이상 높입니다. 또한 음주 역시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기적인 족부 검진은 모든 당뇨 환자에게 필수입니다. 연 1회 이상 병원에서 발 감각 검사, 혈류 검사, 족부 압력 분포를 확인받는 것이 권장됩니다. 약국을 방문할 때에도 발에 상처가 있거나, 새로 생긴 통증·색 변화가 있다면 반드시 약사에게 알리고 의료기관 진료를 안내받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혈류를 개선하거나 신경통 완화를 돕는 보조제(알파리포산, 비타민 B1 유도체 등)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효과적이지 않으므로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야 합니다. 약사는 단순히 약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혈당관리·생활습관·상처관리의 균형을 안내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당뇨발 예방의 핵심은 “혈당 조절 + 발 관리 + 조기 대응”의 세 가지 축입니다.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면, 당뇨발은 충분히 통제 가능한 합병증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약사 코멘트
당뇨발은 한번 생기면 치료가 오래 걸리지만, 꾸준한 관리로 충분히 예방 가능한 합병증입니다. 약사로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발의 작은 상처도 절대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감각이 둔한 당뇨 환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시각적인 점검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혈당이 일정하게 유지되면 상처 회복 속도도 크게 향상됩니다. 약물 복용은 반드시 의료진의 지시에 따르고, 상처 소독이나 보습제 선택 시에도 약사의 상담을 거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매일의 관찰, 꾸준한 혈당 관리, 생활습관 조절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당뇨발은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환입니다.
※ 본 글은 약학적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작성된 콘텐츠이며, 전문의의 진료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상처나 감각 이상이 의심될 경우 즉시 의료기관 상담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