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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요한 속 CRPS 환자(질병의 원인, 증상, 진단과 치료)

by yeon120 2025. 10. 17.

드라마 의사요한 포스터
출처: SBS 공식 홈페이지 - 드라마 '의사요한' 프로그램 정보

SBS 드라마 의사요한 3~6화에는 이유 없이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청년이 등장하며, 결국 희귀 질환인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로 밝혀집니다. 드라마 속 사례는 CRPS 환자들이 겪는 현실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CRPS는 일반인에게 낯설지만, 진단과 치료가 매우 까다로운 질환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사례를 통해 CRPS의 원인, 주요 증상, 진단과 치료 방법을 자세히 알아봅니다.

CRPS의 정의와 원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즉 CRPS(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는 외상이나 수술 이후에 특정 부위에서 비정상적으로 심한 통증이 지속되며 나타나는 희귀 질환입니다. 특징적으로는 손이나 발, 관절 등 국소 부위에서 시작되어 점차 그 주변까지 통증이 확산될 수 있으며, 일반적인 회복 경과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통증의 강도는 상상 이상이며, 단순한 접촉이나 가벼운 자극에도 극심한 고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신경계의 이상 반응, 즉 말초신경 손상 후 뇌와 척수가 통증 신호를 과도하게 증폭하거나 잘못 전달하는 것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CRPS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하나는 명확한 신경 손상이 확인되지 않는 CRPS type I(이전에는 RSD라고 불렸음)이며, 다른 하나는 실제 신경 손상이 동반된 CRPS type II(이전 명칭 causalgia)입니다. 두 경우 모두 극심한 통증과 감각 이상, 자율신경계 변화 등을 보이며,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되기 쉽습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통증의 원인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의료진조차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드라마 의사요한에서도 처음엔 약물 중독이나 정신과적 문제로 환자를 오해했던 장면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CRPS는 아직 정확한 병태생리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면역계 반응, 염증 반응, 교감신경계 이상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다고 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전문과에서 협진이 필요한 질환이며, 무엇보다 환자의 통증에 대한 신뢰와 공감이 진단과 치료의 첫걸음이 됩니다.

대표적인 증상

CRPS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가장 큰 문제는 ‘통증’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통증은 일반적인 통증과는 그 양상과 지속 시간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단순 타박상이나 골절이 아문 후 통증이 서서히 줄어드는 것과 달리, CRPS에서는 통증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강해지고 확산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말초신경의 과민 반응과 중추신경계의 통증 조절 실패로 인한 결과로 이해됩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화끈거리는 작열통: 마치 불에 타는 듯한 감각으로, 자극이 없어도 스스로 통증을 일으킵니다.
  • 이질통(Allodynia): 가벼운 접촉조차 통증으로 인식하는 상태로, 옷깃이 스치거나 이불에 닿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고통을 유발합니다.
  • 부종과 발적: 염증 반응처럼 해당 부위가 붓고 붉어지며 온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 감각 저하 또는 과민: 감각이 무뎌지거나 반대로 예민해지는 증상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 운동 기능 이상: 관절 경직, 근육 위축, 운동 범위 감소 등으로 이어지며 기능적 장애를 일으킵니다.
  • 자율신경 증상: 땀 분비 이상, 피부색 변화, 체온 불균형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이 청년이 극심한 통증에도 불구하고 진통제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면서, 의료진과 간병인 모두에게 ‘약물 중독자’로 오해받는 장면이 인상 깊게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의 증상은 단순한 의존이 아닌, 견딜 수 없는 통증에 대한 필사적인 표현이었습니다. 이는 CRPS 환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사회적 고립’과 ‘심리적 오해’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또한 이 질환은 조기 치료 시 회복 가능성이 있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신경병성 통증이 만성화되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가 설명하는 통증의 강도와 형태에 대해 의료진이 진지하게 경청하고, 세심한 진단 과정을 통해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진단과 치료: 조기 발견의 중요성

CRPS는 혈액검사나 영상검사만으로 명확히 진단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환자의 증상, 병력, 통증 양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때로는 통증 전문의의 판단에 의존하게 됩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기준은 ‘부다페스트 진단 기준(Budapest Criteria)’입니다. 이는 감각 이상, 혈관운동 이상, 부종, 운동장애 등 네 가지 범주에서 최소한 두 개 이상의 항목을 만족해야 CRPS로 의심할 수 있습니다. 영상 검사에서는 뼈스캔(삼상 뼈스캔), 체열 촬영, MRI 등을 이용해 해당 부위의 대사 변화나 혈류 이상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검사 결과가 정상이어도 CRPS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임상 증상이 핵심 진단 기준이 됩니다. CRPS의 치료는 여러 접근이 병행되어야 하며,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 약물 치료: 신경병성 통증 완화를 위한 항우울제, 항경련제(가바펜틴, 프레가발린), 진통제, 스테로이드 등이 사용됩니다.
  • 물리치료 및 재활: 해당 부위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 관절 경직과 근육 위축이 진행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재활이 중요합니다.
  • 신경차단술 및 교감신경 차단: 통증 조절에 효과적일 수 있으며, 필요시 경막 외 약물 투여나 척수 자극기(Spinal Cord Stimulator) 삽입이 시도되기도 합니다.
  • 심리적 치료: 장기간 통증으로 인한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등을 완화하기 위한 상담이나 인지행동치료가 병행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환자의 통증을 있는 그대로 믿는 것’입니다. CRPS 환자들은 자신이 겪는 고통을 주변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좌절감을 크게 겪습니다. 이로 인해 치료 순응도가 낮아지고, 만성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드라마 의사요한 속 환자도 처음에는 냉대받지만, 의료진이 진심으로 그를 이해하며 치료에 임했을 때 비로소 회복의 실마리가 열렸습니다.

약사 코멘트

CRPS는 드물지만 환자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난치성 질환입니다. 특히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통증이라는 점에서 진단과 이해가 매우 어렵습니다. 약사로서 우리는 약물 복용 내역, 통증 호소 패턴, 약물 반응 등을 통해 환자의 신경병성 통증 가능성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항경련제나 진통제의 반복 처방 시에는 단순 진통제 의존이 아닌 CRPS 같은 희귀 질환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CRPS 환자에게는 단순히 약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이해받고 있다”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치료의 일부가 됩니다. 의사요한에서처럼 통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 자체가 회복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고통을 겪는 누군가가 우리 곁에 있다면 조금 더 귀 기울여야 할 이유입니다.

※ 본 글은 약사로서 드라마에 등장한 의학 정보를 해설하기 위해 작성된 콘텐츠이며, 의료 전문인의 진단이나 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